고2때부터 열심히 공부했다.
어느덧 수능을 앞둔 시점이다. 수능은 50일 가량 남았고 그로부터 한달 뒤에는 대학 합격자가 발표된다.
나는 아주 어릴때부터 서울에 가고싶었다. 고2때는 무조건 서울로 갈거라는 이유모를 자신감으로 들떴고, 고3이 되어서는 공부하다가 지칠때 쯤 항상 우리학교와 내 생활구역을 둘러싸고있는 높은 산을 바라보면서 저 산을 꼭 넘을것이라고 다짐했다. 저 산을 넘어서 더 멀리멀리, 더 높은 곳으로 나가 온 세상에 내 이름을 가득 체우고 싶었던 것이 단 하나의 강렬한 소망이었던 것이다.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그닥 안정적인 형편이 되지 못하는 우리집에서는 나를 서울로 보내 줄 수 없다고 했다. 아니, 아빠가 나를 위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대학에 내가 입학 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았다. 나는 분명히 아주 오래전부터 꿈이 확실했고, 가끔 친구들과 놀기도 했지만 꾸준히 꿈을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많이 아프기도 했다. 내가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노력을 아빠도 잘 안다고 믿었으니까 꼭 그 대학이 아니더라도 날 서울로 보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어릴때부터 막연히 서울에 갈 운명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종종 나를 힘들게 한다. 끝없는 우울감과 자기혐온는 길고 긴 수험생활 동안 나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 힘든 감정들은 끝엔 항상 나를 외롭게 만든다. 언젠가 나와 만났던 몇몇 사람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또 당장 대화하고 싶은 충동을 늘 느끼지만, 그럴 용기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끝없이 인내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손이 가는 것도 아니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 때문에 한창 힘든 시절이 있었다. 특히 내신공부를 할때는 주변 모든사람들과 나를 저울질 했던 것 같다. 항상 우울해했고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또 똑같은 하루 시작이라는 것이 싫었다. 항상 부족한 잠은 나를 괴롭게 했지만 그것보다 더 괴로웠던 것은 내가 내 옆에 있는 누군가보다도 의지력이 강하지 못해 공부를 이어나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이런저런 탓을 하며 방에 들어와 잠에 취할 때면, 그 순간은 그냥 눈감고 세상이 끝났으면 하고 생각한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와중에도 나를 살게 만든것은 '서울에 가고 싶은 희망' 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될 지모르겠지만, 우선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서울땅을 밟는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너무나도 벅찬 꿈이었다. 막연하게 '서울'이라는 도시가 나에게 얼마나 많은 부푼 희망을 주었는지.
집착이란다. 내가 그토록 바래왔던 꿈을 집착이라고 말하는 엄마의 한마디에서 많이 깨달았다. 너무 힘들었던 새벽에 울고 있던 나에게 엄마는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기분나쁘게 느겨지기보다는 그냥 '어?'했다. 내가 집착하고있는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도 한다.
너무나 서울에 가고싶은 마음은 스스로 내 자존감을 떨어지게 만들었고, 나를 그 누구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었다. 내 존재를 부정하게 만들었고, 서울 없는 내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만들었다. 수험생활동안 내 문제는 스스로 너무나도 자시자신을 깎아내린다는 것이었다. 누가 옆에서 말해주지 않아도 그동안 실감하지 못했던 내 한계와 부딛히면서 얼마나 나 자신을 깎아내려왔는지. 나에게 미안하고 그래서 지쳐버린 모습에게 위로해주고 싶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너는 소중한 존재야. 서울에 가지 않아도 너는 훌륭하고 누구보다 노력했어. 충분히 인정받을 만 한 사람이라는 말을 얼마나 마음으로 느끼고 싶었는지. 아직도 사실 나는 힘든 날이 많다. 2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감은 나를 참 불안하게 만든다. 그냥 너무 부정적인 것 같아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난 참 잘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토록 원하는 길이라면 날 도와줄거야. 하늘은 어떤 길로라도 나를 도와줄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괜히 기대했다가 상처받은 경험 때문에 더이상 그 고통을 미리 경험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네 기대가 상처로 돌아오지 않을거니까. 결국은 나를 완성시켜줄거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하늘은 나를 돕고있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고통도, 모든 일들도 나를 위한 것이다.
서울에 너무나도 가고싶은 나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최선을 다할 거니까 괜찮다.
나는 노력하는 사람이고, 그것은 내 최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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