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하여/the conscious "I"

1년동안 초등생 멘토활동을 하면서

고3starr 2018. 4. 22. 18:34

나는 교대나 사대를 희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로 인해 누군가가 가르침을 얻는다는 사실이 좋고 또한 사람들과 상호작용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기에 작년에 학교에서 초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인 드림스타트 멘토멘티활동에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던 기억이 있다. 한달에 두 세 번 정도 멘티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야 하는,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하는 활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망설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 멘티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로, 위로는 연년생 누나와 아래로는 연년생 남동생이 있는 귀여운 아이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아이들에 비해 유독 장난기가 심하고 나의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그아이와 한달에 적어도 2번 이상, 4월부터 11월까지 꾸준한 만남을 가졌는데도 그 아이가 나에게 갖고있는 친근함은 딱 그정도 인 듯 해 보였다.

 

처음에는 마냥 장난기가 유독 심한 아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이 아이가 유독 심한 장난을 치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작년 겨울 그 사건이 있게 된 이후에 내가 이아이에 대해 표면적인 것만을 알고 있었구나 라는 깨닳음을 얻게되었다.

 

그것은 불의의 사고로 아이의 엄마가 돌아가신 것이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교통사고였다. 이로인하여 나는 아이를 한동안 보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드림스타트 멘토멘티 폐회식에서조차 아이를 만나지 못한 체 1년간의 드림스타트 멘토멘티 활동이 종료되었다.

 

처음 그 사고를 알게된 것은 그일이 있고 난 바로 다음날이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이었기에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선생님께 그아이의 사정을 알게되었고, 상처가 많은 아이였음을 알게되었다. 사실 당시 나도 개인적인 문제로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고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 아이의 사연을 듣고 나니 나보다도 아주 작고 어린아이가 내가 겪고있는 문제보다 훨씬 크고 높은 산을 걷는 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걱정이 많이 되었다. 결국 나는 그 아이의 누나의 방과후 선생님이었던 우리엄마와 함께 그아이의 집에 문을 두드렸으나 결국 그아이를 볼 수 없었다. 그당시에는 내 멘티아이가 너무 정되어서 며칠동안 잠을 설칠 정도였다.

결국은 2주 후 우리엄마를 통해 그아이와 연락이 되었고 비록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집에서 지속적인 만남을 갖자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나도 막 고3이 된 터라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렇게 봄이 되었다.

 

그런데 그아이와 만날 기회가 생겼다. 작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올해에도 똑같은 활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삼이라 시간이 없다는 사실보다는 내 멘티아이를 지속적으롭 볼수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기뻤고 당연히 또다시 신청을 했다.

 

그리고 오늘 가서 드디어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무척 반가워 손을 잔뜩 흔들엇지만 그아이는 나를 못본채하고 심지어는 다른 모든아이들과 달리 문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심지어 나를 피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내옆에 앉게 된 아이가 처음으로 하게 된 말은 짜증나졌어였다. 내 반가움이 그아이에게는 짜증이었을까.

내 걱정이 그아이에게는 부담스러움이었을까.

속으로 참 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이후로 20분간 아이에게 참 많은 말을 붙혀보았지만 아이는 아예 나에게서 고개를 돌린채 대답하지도 않았고 그나마 한 말이라고는 몰라’ ‘그냥’ ‘문제집에 국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국어가 있어서 짜증나였다. 또 내가 자꾸 보고싶었다고하니까 ?’ 라고하더니 내가 죽은줄알았어?’ 라고 하는데 그말이 나에게 상처로 돌아왔다.

 

나는 너무나도 보고싶고 걱정했던 그아이에게서 그아이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라는 기분을 느꼈고 도리어 그 자리에서 내가 울고 말았다. 그아이가 밉기도 하고,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결국 그아이에게 내가 싫으면 다른 선생님으로 바꿔준다고 말했지만 그아이의 대답은 또다시 몰라였다. 결국 울면서 그곳을 나왔다.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정말 그만둬야하나. 아니면 계속해야되나, 정말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래도 그냥 하자, 계속 하자 였다. 선생님께 멘토 바꾸지 말아주세요, ㄴㄴ이 계속 하고싶어요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그래, ㄴㄴ이도 앞으로 잘하겠다네, 우리 한번만 ㄴㄴ이 다시 믿어보자, 고맙다라는 내용의 문자가 왔다. 내가 힘들다고 이아이를 뿌리치는 것은 도무지 아닌 것같았다.

 

그리고 학교에 와서 우리반 선생님과 내 학업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반선생님은 내가 알고있는 어른 중, 최소한 내가 알고있는 선생님 중에서는 최고의 분이었다. 그래서 망설이지않고 내가 안고있었던 고민을 선생님께 전했다. 선생님께서는 그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려고, 너무 많이 주려고하지말고 그냥 옆에 있어주어라, 그게 가장 그아이에게 필요한거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말고 그냥 그아이옆에 있어주는 것, 갈때마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면서 옆에 있어주기만 하라고 했다. 그게 그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깨달음이었다. 나는 욕심이 너무 많았다. 나로인해 그아이를 바꾸어놓겠다는 욕심, 그아이에게 뭘 주겠다는 욕심이 너무 커서 막상 그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지는 않았던거같다.

 

그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참 많은 이별을 겪었다. 어쩌면 나라면 견디지 못할만큼의 많은 슬픔을 견뎠다. 그아이의 상황을 내가 가늠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상상이나 할수있을까. 그상황에서 아이는 나도 어쩌면 일시적인 만남이라는 것을, 곧 떠날 사람이고 내 봉사활동을 채우러 온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아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경계가 심했다.

 

일년을 보았지만 아이의 마음에서 생각해본 것은 처음인 것같았다. 갑자기 죄책감이 들고 왠지모르게 슬펐지만 한가지 결심을 하게되었다. 앞으로 계속 아이옆에 있어줄 것. 매주 드림스타트에 나갈 것이다. 가서 아이에게 뭘 준다기보는 항상, 언제까지나 아이의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존재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