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하여/fulfill

[교육부 국민제안]고등학교 아침밥 출석률 저조의 근본 원인은 늦은 수면시간을 유도하는 사회분위기입니다

고3starr 2018. 8. 24. 00:58

저는 대한민국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학교를 다니는 3년 동안 아침마다 먹지 않은 음식물이 그대로 버려지는 모습을 매일 보았습니다. 이는 명백한 자원과 비용낭비로 보입니다. 영양사님께서 3년간 기록하신 조식 출석률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한 그래프를 통해 학교 기숙사생 중 아침밥을 먹는 학생의 비율이 40% 정도로 매일 전체 음식물 양 중 60% 이상이 버려지고 있어 아침 음식물 쓰레기 및 낭비가 심각하다는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심지어 주말이나 기숙사를 나오는 날의 경우에는 전체 기숙사생의 15%도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였습니다.(실제로 20171029일에는 전체 기숙사생 163명 중 아침밥을 먹은 학생이 3명밖에 되지 않음) 전교생이 400명을 조금 넘는 소규모의 농촌 고교인 저희 학교에서만 매년 학교 급식비로 낭비되는 비용이 평균적으로 6138만원으로 이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조리사 선생님들께서는 매일 기숙사생 전체가 먹을 양의 아침을 만들기 위해 새벽 5시부터 학교에 오시는 반면 아침밥을 먹으러 오지 않는 학생이 많으니 막 만든 음식을 손도 대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크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를 예시로 들었지만, 객관적인 지표는 없지만 다른 학교 친구들과의 소통으로 타 지역의 학교들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현재 아침 식사를 의무로 정하고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는 대부분의 기숙사가 있는 학교의 아침밥 출석률 저조로 인한 음식물 및 비용 낭비문제는 심각합니다.

 

(첨부파일은 버려지기 직전 학교급식사진, 아침밥 출석률 저조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프, 낭비되는 비용 그래프입니다)


문제의 심각성과 원인을 파악하고자 학교 영양사님과 면담을 진행하고 전교기숙사생을 203명을 대상으로 아침밥 수요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표면적인 원인은 아침밥 출석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들, 즉 정보의 부족 문제였습니다. 이는 직접 학교에서 통계자료로 그래프를 제작하고 1달간 매일 아침 버려지기 직전 음식사진을 찍어 자료를 수집하였고, 모아진 자료로 제작한 대자보는 학교 곳곳에 게시하여 학생들 사이에서 아침밥 출석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도록 부단히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침밥 출석률 저조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사회시스템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무조건적으로 학업과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입니다. 현재 저희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저녁 10시 이상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진행합니다. 몇 년 전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야간자율학습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바꾸었지만 당연히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한다는 묵언의 압박을 무시할 수는 없어 대부분의 친구들은 야자를 당연시합니다. 통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야간자율학습 후 집에 도착해 늦게 잠을 이루고, 기숙사생들은 기숙사에서 1130분까지 의무자습을 합니다. 자습시간 이후에도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시험기간에는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공부를 합니다. 공부에 크게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의무자습 이후에 바로 잠에 든다고 해도 최소 12시 이후에 잠이 듭니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적은 수면시간이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들이 아침시간에 밥보다는 잠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야간자율학습이 선택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대부분의 고교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야자를 이어나갑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사회의 학업을 강요하는 압박 때문입니다. 늦은 야자시간까지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겠지만, 많은 수의 학생들이 형식적으로 책상에 앉아있을 뿐 자기계발을 위한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느날 저는 20명가량 참여하고 있는 야자시간 중 주위를 둘러보고, 소수의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가만히 앉아있거나, 자거나, 휴대폰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 둥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모습을 보고 우리들이 이 자리에 앉아있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회는 미래를 위해 공부를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보편적인 학교교육은 모두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교육이 아닌 획일적이며 일방적인 교육입니다.

 

교육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분위기는 일찍 자는 고등학생을 죄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획일적 학습, 친구를 서열화하는 학습은 아침밥을 먹는 학생 수를 줄였고 심각한 낭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흘려보내는 야자시간동안, 관심분야의 관련 활동을 하거나, 하루를 반성하고 인생을 계획하는 시간을 갖거나, 친구를 배려하고 연대하며 화합하는 법을 배우는 인성교육을 했다면, 그조차도 아니라면 그저 일찍 잘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면, 미래 사회를 이끌어나갈 우리들은 더 높이 성장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학생 모두에게 1등이 되는 것을 강요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 각자의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교육입니다.

 

다소 추상적이나 목소리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았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목소리가 단번에 교육제도, 정책 모두를 바꾸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작은 목소리가 쌓여 사회시스템에 작은 균열을 만들고, 마침내 변화를 만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