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 더하기 25>를 읽고
나는 무척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평소 관심분야였던 사회학 관련 도서 중 청소년을 대상으로 알기 쉽게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보여주는 책인 ‘그러니까, 이게, 사회라고요?’를 읽던 도중 ‘빈곤의 대물림과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 이라는 주제에서 서울 사당동의 빈민 가족의 25년간 삶의 관찰을 통해 보여주는 <사당동 더하기 25> 라는 도서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이 때 나는 순간적으로 <사당동 더하기 25> 라는 책에 크게 흥미를 느꼈고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사회불평등에 관심이 있기는 했지만 빈곤이 25년간 지속되고, 대물림되고 그것을 사회학자의 눈으로 직접 참여관찰하여 저술했다는 이 책은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알게된 후 잠시의 고민도 없이 문화상품권으로 이 책을 바로 인터넷구매했다.
하지만 막상 책이 도착하니 내 일상에서 이미 ‘독서’ 라는 것이 제외된 지 오래라 책을 읽을 시간이 좀처럼 나지를 않았고, 처음엔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던 이 책 또한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저 읽어야만 하는 숙제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도중 방학 보충기간에 순간 ‘이렇게 독서를 미루다가는 생기부에 적어놓은 책 한권도 떳떳하지 않겠다 ’ 는 생각이 들었고 해야 할 공부를 제쳐두고 독서에 몰입했다. 결국 이 두꺼운 책을 이틀에 걸쳐 모두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인 조은 교수로, 1986년부터 25년에 걸쳐 서울 사당동 빈민가가 철거되고 이곳에 살던 빈민가족 중 하나인 금선할머니 댁이 임대아파트로 이사하고, 25년 참여관찰의 대상이었던 금선할머니가 돌아가기까지의 기록이다. 금선할머니 뿐만아니라 사당동 빈민들, 임대아파트 주민 등 주변의 빈민모두가 인터뷰어였으며 함께 연구한 조교들까지도 참여관찰의 대상이 되었다.
사당동 철거 직전의 3개월 간은 연구 조교로 남녀 학생 두명이 사당동 빈민가에 직접 방을 얻어 참여관찰을 하였고 그때 일기처럼 적은 내용과
연구기록을 통해 당시의 사정을 알 수 있었는데, 당시 사당동 주민들을 조사했을 때 그들이 사당동에 처음 들어온 이유는 대부분 ‘싼 집을 찾아서’ 였다. 이후에도 <사당동 더하기 22> 영상 촬영을 계속하며 빈민 연구는 25년간 이어진다.
이 책에서는 그 25년간의 연구기록을 볼 수 있는데, 이 기록들은 빈민들의 사생활이라고 느껴질 수 있을 듯하나, 저자는 ‘사생활’ 이라는 것조차 중산층이 만들어낸 일종의 문화가 아닐까 라고 느껴질정도로 빈민들에게 사생활이라는 것이 없었다는 점 또한 강조한다. 그토록 섬세하고 세세한 빈민들의 삶의 기록은 정말 나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고 또 이 때문에 한동안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한 고민이란 무엇인가.
첫째로 지독한 빈곤이 25년간 지속되어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계속해서 고민했다. 책을 읽으면 하나로 딱 정리될줄 알았는데 또 그런것도 아니었다. 책에서 언급된 내용처럼 금선할머니가 빈민이 되게 된 이유는 단지 한국전쟁 이후 월남했다는 것 이었지 할머니의 개인적 무능력 등 개인적원인은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사회구조적으로 발생된 빈민은 25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식으로든 빈민이 발생하면 이를 뒷받침하고 다시 위로 끌어올려줄만한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오직 사회복지정책 뿐인데 우리나라는 이것이 약한 듯 하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것이 정부는 국민에게 세금을 받고 그돈으로 사회복지정책을 하는데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은 타 나라에 비해 (비교하기 나름이지만) 그렇게 많은 수준은 아닌 듯 하다. 세금을 늘려야 실효성있는 사회복지정책이 나오는데 세금을 올릴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도 어쩔수 없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부정부패가 많고 지금도 고위공직자가 재판을 받고있는 상황으로 보면 피땀흘려 벌어들인 세금이 정말로 사회복지를 위해 쓰이기보다는 배부른자들의 배를 더 불리 만들게 쓰이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세금을 탐탁치 못하게 여기는게 당연하다. 어차피 세금내서 국민한테 쓰일거면 차라리 그돈으로 내가 직접 쓰겠다 는 주의. 당연한 현상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투명한 정부 인 듯 하다. 정부와 국민이 신뢰를 쌓아가야 세금 확장도 가능하고, 그래야만 사회복지도 좋아지고, 이에 따라 빈곤층의 삶의 개선의 희망의 불씨가 ‘틔워질 것’ 같다.
또 빈곤한 삶의 배경에서 자란 경우 대부분의 빈민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받게된 경우에도 탈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지적 수준을 개발할 수 있는 상황도 못 될뿐더러,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생계보장인데 지금 가장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적수준의 개발이란 참으로 웃기는 말이다. 당장 오늘 내일 생계가 보장되지 못하는데, 그상황에서 어떻게 자기개발을 하느냐는 소리다. 맹자의 항산항심론이 떠오른다. 빈곤이 지속되면 빚을 지게되고, 그 빚을 갚고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든 그들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다. 언젠가 사회학자가 사회복지학전공의 대학원생과 함께 금선할머니댁에서 ‘미술심리 치료’를 한적이 있는데, 이때 할머니아들, 딸들, 손자 손녀들의 집 그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그들이 원하는 집의 방의 개수가 최소 3개라는 것이다. 그들은 평생을 한 개에서 두 개의 방에서 살았다. 이것을 보고 내가 느낀 것은, 이들이 원하는 것이 과한 것 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이 3개 이상인집에 살고 있다. 반면 이들은 방이 3개인 집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들이 바라는건 그렇게 큰 것이 아닌데, 그냥 기본적인 생계 유지만 하게 해달라는 것인데,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실현되지 않는것인지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이 책의 저자가 세삼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롤모델이라고는 가져본 적 없는데, 어쩌면 이 책의 저자인 고은 교수님이 내 첫 번째 롤모델이 될 듯하다. 25년이라면 난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기나긴 시간이다. 이 긴 시간동안 빈곤가구 곁을 떠나지 않고 이들 곁에 있어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고은교수님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 하다. 또한 나아가 연구의 결과물로 책을 쓰고, 교수님이 감독이 되어 타큐멘터리 영화까지 제작한 것을 보면 25년간 안타까운 빈곤의 대물림을 지켜본 사람으로써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도저히 연구로 끝낼 수 없었을 것 같았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조은 교수님처럼 사회현장을 직접 연구하면서 사회불평등을 해소하기위해 도움을 주는 일을 평생토록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적어도 매일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 그래도 내가 헛된 삶을 살고있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이 책을 읽으니 너무나도 안타까운 빈곤층 아이들과 중산층으로서 나의 삶이 대비되면서 내 삶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 깨닳았다. 당연하게 느껴졌던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그저 이곳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풍족하게 살고 있는 내가 저곳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빈곤이 대물림되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토록 노력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말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꼭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할거다. 그저 기부를 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처럼 일회성 도움이 아니라 정말 근본적으로 그들의 삶을 바꾸고 빈곤의 대물림의 종말을 만들어오는 일을 하는게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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