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요약]
2015년부터 지금까지 예멘에서 약 4년간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 사이의 내전이 발발한 이후, 말레이시아로 떠난 일부 난민들의 체류 기간 연장이 가로막혔다. 이에 따라 난민 561명이 무사증 입국이 가능하며 말레이시아에서 직항 노선이 있는 제주도로 입국하였는데, 현재 이들을 바라보는 제주도민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난민수용 반대 측에서는 “과연 한국이 난민을 도울 정도로 풍족한 사회인가”라며 제주도 난민 수용 거부 청원, 난민 추방 시위 등으로 강하게 난민추방을 촉구하고 있으며, 난민수용 찬성 측에서는 “한국 자체가 난민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며 구호 물품을 지급하는 등 제주도 내에서 뜨거운 찬반양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예멘 난민들은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실었다. 4년간의 내전이 이어지는 중 28만 여명의 예멘인들이 예멘을 떠나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중 근교의 말레이시아로 향한 예멘인들은 난민으로 정식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간신히 체류만을 인정받은 상태로 연명하고 있었으나, 그마저도 말레이시아의 체류 연장에 관한 입장 변화로 가로막히자 다시 무사증 입국이 가능하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저가 직항 노선이 있는 제주도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난민 561명이 제주도로 입국하게 되었고 현재 이들 중 519명이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지난 6월 1일 외교부가 예멘을 무비자 입국 허가국에서 제외하면서 더 이상의 난민들은 제주도로 들어올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 무슬림 혐오를 바탕으로 예멘 난민들을 추방해야한다는 의견이 호응을 얻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예멘인 난민신청 허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27만 여명의 지지를 얻었다. 또한 난민 신청자들이 대부분 20대에서 30대의 젊은 남성이라는 점을 들어 “예멘인들이 난민 행세를 하며 같은 문화권도 아닌 먼 한국까지 와 돈 벌 거리를 찾고 있다”라며 이들이 이른바 ‘가짜 난민’이라고 규정하는 글들도 있다.
하지만 각종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난민 수용 거부 주장의 대부분의 글들은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일방적인 무슬림 혐오의 태도를 취하며 목숨을 부지하고자 제주도로 온 예멘 난민들을 최전방으로 내몰기에만 앞장서고 있다.
예멘 난민들이 가까운 유럽국가가 아닌 먼 제주도까지 오게 된 사유는 분명하다. 근교의 말레이시아로 향했던 대부분의 예멘난민들이 말레이시아 정부의 태도변화로 인해 불법체류자 처지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직항 저가항공이 으며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는 제주도를 통해 우리나라에 입국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들 중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 남성이라는 점도 예멘에서 군인으로 징집되거나 학살당하는 1순위가 이들이기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2년 전 반군의 징집을 피해 예멘을 떠나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로 왔다는 예멘 난민 20대 남성 알하라지가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다.
객관적인 사실과 어쩔 수 없는 상황맥락을 반영한 근거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색안경을 쓰고 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이들을 외면하는 우리사회의 태도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 중 하나로써 분명 부끄러워해야할 일다. 일각에서 난민들을 보호하고 이들을 지원해야한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지만, 당당하게 “유럽과 다른 선진국은 난민문제에 대해 사죄해야할 역사적 선례가 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이 난민을 받아 주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입니다.”라며 난민 수용 거부를 주장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웬만한 중소도시의 인구를 훌쩍 뛰어넘는 27여만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사회의 풍토를 보여주고 있는 객관적 증거이다.
우리도 난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현재, 폭력, 질서의 부재, 대규모 실향, 기근 등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예멘의 모습을 그리는 언론보도와 인터뷰의 내용들은 70여년 전 우리나라가 전쟁 후 겪은 일들과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똑같은 상처를 안고 있어 난민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고 내쫓는 일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그들을 포용하고 우리 사회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샐러드 정책을 펼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전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를 돕는 일은 잔혹한 대량학살과 전쟁을 일삼았던 검은 과거가 있는 서구열강만의 응보주의적 책임에 따른 의무가 아니라 세계 그 어떤 나라도 외면해서는 안 되는 보편적 의무이다.
현재 제주도의 예멘 난민들은 기초적인 주거 및 생계수단 마련도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 및 아동의 교육 등 필수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몇몇 제주도민들과 시민단체의 도움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난민들의 생계보장 및 난민 심사 기간 단축에 관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여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예멘 난민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점으로 반대 입장의 제주도민들도 하루빨리 예멘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체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관용으로, 또 포용적 태도로 그들을 수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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